아빠 육아, 시작이 막막한가요?

“여보, 오늘 하루는 내가 다 해볼게!”

큰소리치며 아내를 내보냈지만,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앙증맞은 아이와 단둘이 남겨진 집은 고요하면서도 거대한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졌죠. 육아는 엄마만의 몫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실전에 뛰어들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저처럼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서성이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의 좌충우돌 하루가 작은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우리에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모든 것이 처음인 아침 풍경

알람보다 아이의 뒤척이는 소리에 먼저 눈을 뜬 아침. 오늘만큼은 뽀송한 기저귀와 맛있는 아침으로 아이의 하루를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미리 검색해 둔 레시피를 보며 아기용 간장으로 간을 맞춘 소고기 채소 볶음밥을 준비했어요. 하지만 계획은 언제나 계획일 뿐. 낯선 아빠의 손길이 어색했는지 아이는 연신 칭얼거렸고, 야심 차게 준비한 밥은 반도 먹지 않은 채 식탁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중요한 건 완벽한 밥상이 아니라, 아빠가 너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떨어진 밥을 치우고, 아이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손에 쥐여주니 그제야 방긋 웃어 보입니다. 아빠 육아의 첫걸음은 이렇듯 완벽함이 아닌, 아이의 표정에 맞춰나가는 유연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와 진짜 ‘함께’하는 시간

든든하게 배를 채운 아이의 눈빛이 이제 ‘놀아달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거실에 장난감을 모두 꺼내놓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찰나, 아이는 자동차도, 공룡 로봇도 아닌 주방 서랍 속 뒤집개에 관심을 보였어요. 처음엔 ‘안돼!’라고 말하려다 꾹 참았습니다. 아이의 세상에선 뒤집개도 훌륭한 장난감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아이의 호기심을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뒤집개로 블록을 옮기기도 하고, 바닥을 통통 두드리며 소리를 탐색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저 옆에서 아이의 행동에 “와, 뒤집개가 멋진 크레인이 되었네?”, “통통, 재미있는 소리가 나는구나!” 하고 반응해주었죠. 아빠가 정해놓은 놀이가 아닌, 아이가 이끄는 세상에 잠시 동행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함께 놀기’였습니다.

아빠표 놀이, 이것만 기억하세요

• 안전 확보: 아이가 탐색하는 물건이 위험하지 않은지 먼저 확인해주세요.
• 눈 맞춤: 아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행동에 집중해주세요.
• 언어적 반응: 아이의 행동을 말로 표현해주면 언어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짧은 놀이 시간은 제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아빠 육아란 아이를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에게서 세상을 배우는 시간이라는 것을요.

고요한 오후, 그리고 찾아오는 위기

신나게 에너지를 쏟아낸 아이의 눈꺼풀이 스르르 무거워지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찾아온 평화로운 낮잠 시간. 아이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자장가를 불러주니, 금세 새근새근 잠이 듭니다. 아이가 잠든 고요한 집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아, 육아도 할 만하구나!’ 안도감이 밀려오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평화는 길지 않았습니다. 짧은 낮잠에서 깬 아이는 이유 모를 짜증과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죠. 흔히 말하는 ‘잠투정’이라는 위기가 닥친 겁니다. 먹을 것을 줘도 싫다, 안아줘도 싫다, 온몸으로 거부하는 아이 앞에서 저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낼 뻔했습니다.

“대체 왜 우는 거야… 아빠가 뭘 잘못한 거니?”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 문득 아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이유 없이 울 땐, 그저 말없이 안아주며 기다려주라고. 저는 아이를 품에 꼭 안고 창밖을 보여주며 “괜찮아, 아빠 여기 있어.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라고 속삭였습니다. 놀랍게도 아이의 울음이 서서히 잦아들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했던 건 문제 해결이 아니라, 아빠의 따뜻한 품과 위로의 목소리였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따뜻한 의식

어느덧 저녁이 되고, 서툴지만 정성껏 차린 저녁밥을 아이와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목욕 시간에는 물장구를 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아이의 모습에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어요. 잠자리에 들 시간, 아빠 육아의 하이라이트가 남았습니다. 바로 잠자리 동화책 읽어주기. 아이가 직접 고른 그림책을 무릎에 앉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읽어주었습니다. 실감 나게 동물 소리를 흉내 내니 아이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책을 다 읽고 불을 끈 뒤, “오늘 아빠랑 함께해서 즐거웠어. 내일도 재미있게 놀자. 사랑해.”라고 말해주니 아이는 제 품에 더 깊이 파고들며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서툴고 부족했지만, 마지막 순간 아이의 평온한 얼굴을 보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빠의 사랑이 아이에게 잘 전달되었구나. 당신도 이미 훌륭한 아빠입니다. 시작이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요. 아이는 아빠의 노력을 전부 느끼고 있으니까요.

아빠 육아는 완벽함보다 진심이 먼저입니다. 함께 웃고, 함께 당황하며 보내는 하루가 아이에겐 가장 따뜻한 기억이 되니까요. 오늘의 육아 꿀팁들을 당신의 방식으로 하나씩 실천해보세요. 맘아이는 언제나 그런 아빠의 작은 시작을 응원합니다. 아빠육아 콘텐츠 기획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기획 의뢰해 주세요.